✈️230825-0828 서울

미루고 미루다가 2주 정도 지나고서야 쓰는 올 여름 서울행!
원래는 더 길게 가고 싶었는데 회사 휴가랑 친구 결혼식이 딱 일주일 차이로 일정이 어긋나는 바람에.. 휴가는 그냥 일본에서 보내고 친구 결혼식 참석을 위해 짧게 3박 4일로 가게 되었다. 3박 4일이라고 해도 마지막 날은 비행기가 아침 7시 비행기여서 전날 밤에 공항에 갔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2박 3일에 가까운..

230825 DAY1

마지막으로 간 게 지난 겨울 연말연시 연휴이니 반년만의 공항.
이번엔 일정도 짧고 해서 짐싸고 어쩌고 공항 가고 어쩌고 하는 게 그냥 다 피곤하고 귀찮고.. 설렘이 없다. 흑흑

짐 검사하는 곳에서 필름이 들어있으니 다른 여분 필름들과 함께 카메라도 수동 검사를 부탁했는데, 직원분이 카메라에 필름 들어있는지 보게 저쪽 하늘이 예쁘니 한 번 찍어보라고 해서 찍어본 필름 첫 장. 시키는 대로 찍으니 웃으면서 됐으니 가라고 했는데 뭔가 소소하게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찍은 하늘 사진이 예쁘게 나와서 나중에 더 즐거웠다는 얘기.

사실 직장인들이 다 그렇겠지만 전날까지 잔업하고 급하게 짐 싸놓고 몇시간 못자고 바로 공항 가고 하느라 어서 비행기 앉아서 자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그 와중에 그래도 공항에서 기념품 사는 곳 들러서 마지막으로 친구들 줄 오미야게를 좀 보충하고..
언젠가부터는 화장실 편하게 가려고 복도석을 선호하게 되어서 비행기 안에선 바깥의 하늘 사진도 안 찍게 되었다. 이번엔 심지어 운 나쁘게도 비상구석 걸려서 여러모로 불편했음.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작은 가방도 다 올려야 하니 핸드폰이나 이어폰 같은 것들을 갖고 있기가 불편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는 생각을 하며 의자에 앉자마자 드르렁 하고 눈 뜨니 인천이었다네.

그래도 나리타나 하네다보다는 인천 공항이 마음이 설레기는 한다. 일단 시설이 좋아서.. 하지만 에스피씨에 정복당해버렸지..
한 끼라도 더 한국에서 먹고 싶기도 하고 아침에 졸리고 귀찮기도 해서 공복 상태로 비행기 탔는데 공항에는 별로 밥 먹을 데도 없고.. 인천에서 서울까지 들어가는데 한시간 걸리고.. 어쩔 수 없이 프로틴바 하나 물고 공항철도 탔는데 진짜 당 떨어지고 커피 땡기고 배고파 죽는 줄 알았다.

서울 도착해서는 이날 밤에 동생 자취방에 묵기로 해서 근처 역에 짐만 떨궈놓고 가려고 했는데.. 지하철 락커가 용량 큰 게 하나 밖에 없는 역이어서(^^..) 이미 누군가 사용중이었고 어쩔 수 없이 짐을 끌고 다음 약속 장소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역이면서 내내 가고 싶었던 타르틴이 있는 압구정역으로 갔다.

타르틴 가격이 사악하지만 죠아해요
시그니쳐 메뉴인 레몬머랭케이크를 너무 좋아해서 한국 올 때마다 꼭 먹고 가고 싶어서 꼭 주문하는 편이다. 위장이 녹아내릴 거 같이 엄청 달고 새콤하고.. 원래도 레몬 머랭 케이크를 좋아하는데 이 가게의 정도를 모르는 그 몸에 나쁠 거 같은 맛(ㅠㅋㅋㅋ)을 좋아한다. 다른 케이크들도 맛있는데 이거 먹느라 다른 걸 못먹고.. 점심을 못먹었으니 올리브 베이글도 하나 시켜서 반 먹고 디저트로 케이크 먹었다. 온 몸에 당이 차오르며 해피한 기분이 되었음.
일본에도 타르틴 들어왔었던 걸로 아는데 확장 못하고 바로 다시 나간듯. 시티베이커리는 정착했는데.. 하지만 난 타르틴이 더 좋은걸..ㅠ

그렇게 배 채우고 잠시 앉아있다가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 가게들 둘러보는데 캐리어 끌고 다니기엔 한국의 길 사정은 여러모로 쌔비지했다.
바닥 자체가 고르지도 않고 여기저기 차가 너무 많고.. 심지어 어쩌다보니 얼마 전에 그 동네에 생겼다는 슈프림 매장 근처를 지나게 되었는데 정말 인산인해+차가.. 차들이 너무.. 진짜 살면서 볼 수 있는 고급 외제차들 거기서 다 본듯. 아예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차가 꽉 들어차 있는데 나는 캐리어도 끌고 가느라 거기 차 긁기라도 하면 어쩌나 너무 무서워가지고 오분만에 갈 거리를 십오분 넘게 걸려서 지날 수 있었다.
여튼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여름이라 덥고 하니 젤라또 먹으러 근처의 젠제로 2호점으로 향했다.

어쩌다보니 젠제로 사진이 엄청 많아졌네..
시간대가 그래서 그런지 여기가 위치가 애매해서 그런 건지 가게 들어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 동네 가게들이 다 골목 안쪽에 있긴 하지만 여기도 그런데다 가게가 지하에 여기로 내려가도 되나? 싶은 곳에 있어서.. 캐리어 가지고 내려가기에도 극악이긴 했는데 다른데 가기도 애매해서 그냥 영차영차 하고 가지고 내려갔다. 한국은 지하철도 에스컬레이터 설치된 데가 많이 없어서 이날 내내 그렇게 다녔고 근력 운동 엄청 되었을듯 껄껄

아무튼 젠제로 2호점 내부는 사람도 없고 한적하고 쾌적하고 넘 좋았음. 와인바 같은 거랑 공간을 공유하는 거 같았는데 시간대가 애매해서 와인바엔 사람이 없고.. 조용한 가게에 짐가방 들고 덜렁 혼자 앉아서 젤라또 먹는 사람이 됨. 통상 메뉴인 밤꿀 고르곤졸라랑 시즌 셔벗인 청사과 와사비 셔벗을 시켰는데 둘 다 맛있었음. 근데 난 셔벗류는 더 시트러스 계열인 맛들을 좋아해서 이 둘 중에 고르라면 역시 밤꿀 고르곤졸라 압승..!

그렇게 시간을 떼우다가 친구랑 만나기로 약속한 서울숲역으로 향했다. 퇴근시간대라 캐리어 끌고 지하철 타기 헬.. 사람 살려..였지만 어쨌든 또 캐리어를 이고지고 무사히 잘 이동할 수 있었다.

먹는 사진의 연속ㅠㅋㅋㅋ 근데 오랜만에 사람 만나서 하는 일이 먹고 마시며 얘기하는 거 말고 다른 걸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 같기도 함..
원래 서울숲 역에 있는 다른 가게를 가려고 했는데 디너 시간대에는 꽤 비싼 무슨 키친과의 콜라보 메뉴 뿐이어서 급하게 다른 곳을 찾아가기로 했다. 서울숲 성수 이쪽에 핀 찍어놓은 가게가 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네이버 맵 들어다보니 의외로 없어가지고 헤매다가, 덥고 배도 고프고 돌아다니기 힘들기도 해서 성수 까까를로에 들어갔음. 금요일 밤이었는데도 다행히 예약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음식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이 가게 시그니처 메뉴인 뇨끼 중에 시즌 맛인 옥수수크림?을 시켰고  다른 하나는 오일 파스타였는데 살짝 매콤한 것이 맛있었다. 급하게 들어간 것 치고는 다행히 성공적인 메뉴 선택이었네.

그렇게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만난 친구와 오랜만에 대면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나에겐 필요가 없어서 친구에게 건네주기로 한 슬램덩크 영화판 일본 팜플렛과 선물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생각도 못했는데 내가 약과 좋아하는 걸 알고 친구가 그 구하기 힘들다는 장인 약과를 구해서 줬음(ㅠㅠ) 넘 감사한..
이 친구(일단은 나보다 연상이어서 언니지만ㅎㅎ)는 십오년쯤 전에 락 관련 까페에서 만나서 그 뒤로 서로 덕질하는 게 완전히 갈리고 그러면서도 성향이 비슷해서 그런지 느슨하게 오래 이어진 관계이고 언제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편안하다. 나는 틧타를 아예 버렸고 친구는 여전히 틧타를 하지만 정말 요즘 급격히 틧타 분위기가 너무 이상해져서 힘들다는 얘기를 하며 공감했다. 일론이 너무 싫기도 하고, 이미 그 전부터 많이 망가져있기도 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함. 요샌 틧타 하는 사람이면 누굴 만나도 이런 얘기를 하게 되는 거 같음..
아무튼 사는 얘기랑 이것저것 오래 묵은 이야기들을 풀며 담에 또 락페든 어디든 라이브에서 만날 수 있기를.. 하는 얘기를 하며 헤어졌다.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언제 만나도 아마 또 비슷하게 편안하게 속내도 털어놓으며 대화할 수 있겠지.

친구랑 헤어지고는 오늘 묵기로 한 동생네 집이 있는 역으로 향했다. 전에 함께 살던 동네기도 해서 무척 익숙하면서도 사실 근처 가게나 이것저것 풍경은 많이 변해버려서 생소하기도 한 그런..
동생 방은 미리 자기 방 손님 이불도 없고 그런데 괜찮겠냐는 말을 듣고 와서 예상은 했지만(+예전에 둘이 살기도 했었지만..) 정말 아무 것도 없는 휑하고.. 휑한 방! 그렇게 좁지도 않은 방에 붙박이 가구들과 엄청나게 좋은 게이밍 컴퓨터 밖에 없는 그런.. 동생이 평소에 어떤 생활을 하고 있었을지 예상 되는 모습이었달까. 그정도의 미니멀리즘은 오히려 내가 배워야 할 그런 것이라고까지 생각했다(..)
아무튼 동생이 홈트할 거라 사놓고는 포장 뜯지도 않은 채 오래 방치된 듯한 운동 매트를 까서 깔고 미리 갖고 온 여행용 목베개와 가벼운 여름 담요를 덮고 어찌저찌 다음날을 위해 잠을 청했다. 밤새 들려오는 동생의 게임하는 키보드 소리를 들으며..^_ㅠ

230826 DAY2

밤새 게임하고 늦게 잔듯한 동생에게 간다는 인사만 대충 건네고 하루 시작. 이번 한국행의 목적이었던 친구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는데, 점심 시간도 지난 후의 오후 시간대 결혼식이라 아침 일찍 나와 까페를 전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번에 한국 왔을 때 동생이랑 커피 한 잔 한다고 동생이 가끔 간다며 소개해준 비로소커피. 커피 맛도 그렇고 까페 자체의 전체적인 인상이 좋았어서 이번에 다시 들렀는데 1층은 리뉴얼 공사 해서 더 확 트이고 개방적인 느낌으로 바뀌었더라. 동생과 함께 왔을 땐 2층에 앉았었는데 2층도 아늑하고 좋지만 이번엔 캐리어도 있고 해서 1층 자리에 앉았다. 주방이 보여서 바리스타분들 일하는 거 보이는 카운터 자리 좋아하는데 딱 그런 자리였고, 토요일 오전 시간대라 그런지 적당히 한산하고 좋았다.

아점 식사 대용으로 주문한 한국인의 얼(..)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마도 바나나브레드? 그리고 나중에 당 떨어질 때를 대비하여 산 쿠키. 커피는 여름의 시즌 원두였는데(이름을 까먹었네) 향긋하고 산뜻한 게 좋았다. 예전엔 산미 있는 원두를 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직접 로스팅한 원두 파는 까페들에서는 종종 주문해 먹는다. 바나나브레드도 내가 좋아하는 촉촉하지 않고 거친 식감의 파운드 케이크라 좋았다. 커피랑 빵만 있으면 어디서든 기분 좋아질 수 있는 거 같음.

들뜬 기분으로 결혼하는 친구에게 건네줄 축하 카드를 쓰는데 기분이 참 이상했다. 주변에 결혼을 이미 했거나 결혼을 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식을 올리지 않을, 그리고 결혼을 아예 안 할 친구랑 지인들 뿐이라 결혼식 갈 일이 정말 손에 꼽는데.. 정말 오래 알고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이라 카드 쓰면서 같이 보낸 시간들을 돌아보는데 진짜 눈물이 나오진 않았지만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은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사는 세계도 다르지만, 내가 일본 온 초기에 멀리 있지만 여러모로 위안이 되어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던 친구라 더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시간이 약간 남아 근처에 가고 싶었던 까페를 한군데 더 들렸다. 몇 군데 가보려던 후보가 있었는데 다른 곳들은 캐리어를 끌고 갈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계단의 2층 같은 곳에 있어서 역에서 약간 떨어진 Liebhaber라는 가게로 갔다. 독일식 빵과 치즈, 치즈케이크를 파는 작고 조용한 까페. 치즈랑 식사빵이 궁금했지만 먹을 만한 타이밍이 없을 거 같아서 그날의 커피 두 잔 째와 플레인 치즈 케이크를 시켰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 맛의 치즈케이크가 맛있었음. 커피는 그냥그냥? 커피보다는 치즈와 빵이 메인인 곳이다보니.. 근처 살았다면 빵 사러 갔을텐데. 내가 저쪽 살 때는 이런 거 없었다고 흑흑

그리고나서 캐리어도 사물함에 넣고 해야해서 꽤나 시간 여유를 두고 결혼식장이 있는 신도림에 갔는데.. 신도림 역은 대형 락커가 꽤 있는 걸 알고 갔는데도 내가 알아둔 위치에 있는 락커가 고장나있었다는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서 패닉이었다. 되나 안 되나 몇 번 시도해보다 예상보다 시간이 꽤 걸려서 직원에게 헬프를 부르기도 애매하고, 신부대기실서 신부랑 사진 찍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결국 일단 친구랑 만나서 인사는 꼭 해야했기 때문에 땀 뻘뻘 흘리며 캐리어를 끌고 식장이 있는 8층에 올라갔다. 다행히 친구 동생이 있어서 캐리어를 잠시 맡겨놓고 친구랑 사진을 찍고 잠시 대화는 할 수 있었는데, 다시 어딘가에 캐리어를 맡길 수 없을까 싶어 또 밑에 내려갔다가 결국 맡길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또 그대로 캐리어 끌고 올라와서 어쩔 수 없이 식장에 캐리어를 끌고 갈 수 밖에 없는(..) 사연 있는 사람이 되어버림ㅠㅋㅋㅋㅋㅋ

아무튼 친구 결혼식은 좋았다. 정말 오랜만에 참석하는 아는 사람의 결혼식이었는데, 친구가 결혼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스트레스 많이 받은 것도 카톡 너머로나마 많이 전해들었고 했는데 고생한 만큼 일반 식장 결혼식이어도 분위기 좋고 괜찮았다. 듣던대로 뷔페 밥도 맛있는 곳이었고ㅠㅋㅋㅋ 여튼 아침에 카드 쓸 때 느꼈던 뭔가 미묘한(부정적인 느낌은 아닌) 감정이 결혼식 보면서도 느껴졌네. 신랑분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내가 외국에 있다보니 따로 인사할 시간은 없었는데 실제로 뵈어도 좋은 인상이라 안심(?)이었다.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식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대학 동기와 밥 먹으며 잠시 얘기하고 인스타 계정을 맞팔하고 헤어졌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대학 동기들이 있는데 만날 수 있었던 건 이 아이 뿐이어서 아쉬웠고.

매번 한국 올 때 서울 와서 이 친구 집에 꼭 한 번은 묵었는데, 이제 겨울에 가면 신혼집에 집들이 가는 게 되겠구나..

결혼식 끝나고는 급히 달다구리를 사러 또 타르틴에 들렀다가, 둘째날 재워주기로 한 친구 집이 있는 수원으로 향했다.
늘 상상을 초월하는 1호선은 오랜만에 오는 나에게도 또 상상초월할 일을 선사하였으나 그것 또한 평범한 것으로..(?) 아무튼 이동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요즘 틈만 나면 스도쿠와 지뢰찾기로 시간을 떼우고 있어서(..) 그리 오래 걸리는 느낌도 아니었다. 다만 이미 하루종일 캐리어 끌고 걷고 뛰고 오르락내리락 해서 전신 특히 다리가 지쳐있었을 뿐. 평소에 달리기와 운동으로 체력을 키워두지 않았다면 분명히 못버텼을 거야ㅠㅋㅋㅋ

역까지 데리러 나와준 친구의 차를 타고 친구의 집으로!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네 첫째 냥이(따로 허락을 받지 않았으므로 전신(?)이 보이지 않는 사진으로.. 냥발 귀여웡)
첫째가 아파서 친구가 걱정이 많은데 빨리 나았으면 해서 도내의 동물 관련으로 유명한 신사에 소원을 빌고 동물 건강 오마모리를 사서 건네주었다. 오래 친구 곁에 함께 있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서.

애매한 시간에 결혼식 뷔페 밥을 먹고 오기도 해서 친구네는 저녁은 이미 따로 먹고, 후식으로 마련해준 찻자리에서 맛있는 차와 디저트를 먹었다.
내가 사간 타르틴의 복숭아 타르트와 도넛들 그리고 사진은 없지만 도쿄에서 사간 과자들과 계절의 색깔이 들어간 차까지 다 맛있었네. 화과자들은 색깔이 너무 예뻤고, 저 고래는 딱 색깔대로의 소다맛이 났다! 소다맛 화과자 처음 먹어봐서 넘 신기했다. 사진을 따로 찍지 않아서 남아있진 않은데 나는 콩 소가 들어간 화과자가 제일 맛있었다. 콩 들어간 거 다 좋아 무슨 콩이든지 간에..
반 년 간 쌓인 대면 수다를 떨면서 열심히 달다구리를 집어먹고 복숭아도 내어주셔서 올 여름 처음이자 마지막 딱복도 먹고.. 2차(?)로 대망의 보드게임 시작. 이 친구 집에 놀러오면 늘 보드게임을 하게 된다..

해리포터 배경의 클루 게임이었는데 넘 웃겼음.. 모두에게 미움받고 의심 받는 루시우스 말포이ㅠㅋㅋㅋ(결론적으론 진짜로 범인이었지만)
아침부터 하루종일 돌아댕기고 해서 약간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하다보니 메모해놓은 것도 뭔지 모르겠고 머리도 안 돌아가고 그런 상태에서 한 게 아쉬웠는데 그래도 너무 재밌었다. 다음엔 더 멀쩡한 정신으로 하고 싶어요..

그러고는 요즘 내돌에 빠질랑말랑 하시는 친구의 배우자분께 마구 추천 영상을 보여드리며 영업하고ㅋㅋㅋ 신나게 아이돌 영상을 보며 한층 더 친해진 친구네 냥이들을 원없이 쓰다듬고 예뻐해주면서 둘째날이 지나갔다.
친구의 배우자분은 결국 입덕하셨다고 하네요 메데타시메데타시

230827 DAY3

사실상의 서울에 머무르는 마지막 날.
언제 어디서든 만날 타이밍이 있으면 늘 만나는 세발솥 칭구들을 만나러 갔음. 늘 만나도 늘 편한 내 칭구들.. 요즘 서울에서 힙한 스팟 중 하나인 서촌에서 만나기로 함.

전날 재워준 친구에게 소개 받은 두부 두루치기를 먹으러 대선 칼국수에 갔다. 대전에선 두부 두루치기에 칼국수를 넣어 비벼 먹는 게 진또배기 방식이라고 해서 그렇게 먹었는데 진짜 맛있었어! 적당히 맵삭하면서도 고기나 기름진 것이 들어가지 않아 담백한 두루치기에 고소한 칼국수를 비벼비벼.. 콩으로 만든 것을 다 사랑하는 입맛으로써 넘넘 맛있었고 두부 요리는 다 최고다. 여름 내내 먹고 싶었던 콩국수도 함께 시켜서 국물까지 싹싹 배 터지게 맛있게 먹었다. 복숭아도 콩국수도 먹었으니 여름 잘 보낸 거 맞네.

많이 먹어서 배부르니 배 꺼트릴 겸 서촌 구석구석 산책도 했고 가고 싶었던 가게들도 다 들렀다. 오랜만에 서울에 온 나를 배려하여 친구들이 다 맞춰서 따라와주었음 흑흑.. 작년 여름에 선물 받아 먹고 너무 맛있어서 잊을 수 없었던 에디션덴마크의 커피 하이메 드립백을 사고, 원모어백 매장에 들려서 사려고 했던 디자인의 가벼운 보부상 가방도 사고.. 내가 고른 색이 아니라 친구가 추천해준 색으로 샀는데 결과적으로 엄청 잘 한 선택이었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매일 이것만 매고 다니고 있네. 그리고 정말 갖고 싶었던 아날로그 키퍼의 다이어리도 파피에르 매장에 들려서 샀다.

요 사진은 일본 돌아와서 찍은 사진이지만 넘넘 마음에 든다. 종이 재질도 디자인도..
파피에르 매장 진짜 눈 돌아갈 정도로 마음에 드는 것들 천지여서 그냥 여기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하고 싶었지만 예산 문제로(?) 제일 갖고 싶었던 것 딱 하나만 계산하고 나왔다. 겨울에 또 와서 그때 또 뭔가 사갈테야..

한국이 그런 건지 서촌이 특히 그런 건지 담 너머로 능소화가 핀 곳이 많아서 좋았다. 조금 흐리긴 했지만 날이 괜찮은 편이어서 인왕산도 잘 보이고 너무 좋았네. 일본에선 굳이 산을 볼 일이 잘 없어서 그런가 한국에서 가파른 언덕이나 산을 보면 예전에 질리도록 본 풍경인데도 희안하게 설레는 마음이 있다. 산도 바다도 좋아하는데 도심에 살다보면 잘 갈 수가 없어서 아쉬워..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걸어다니며 배를 꺼트리고 식후 정석 코스인(?) 까페로 갔다. 원래 아인슈페너가 유명하다는 아키비스트에 가려 했는데 인기점은 확실히 언제 가도 늘 인기가 많군요.. 그래서 친구들이 좋다고 한 다른 한옥 스타일 까페인 베어로 향했다.

아키비스트 앞에 있던 고양이. 까페에서 돌봐주시는 건지 물그릇도 놓여있고 굉장히 편안하게 쉬고 있었다.
옆에 어떤 부부랑 여자아이가 같이 고양이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여자아이가 너무 고양이 소리를 리얼하게 내서.. 고양이 한 마리 더 있는 줄 알았음. 속았네 속았어

뭔가 매우 한국이 느껴지는 아이템들이 버리는 것인지 어떤 집 앞에 놓여있었다. 소쿠리나 상 저런 거 하나 집에 놓고 싶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베어에 도착. 여기도 고양이가 있다는데 보지는 못했고 귀여운 물그릇만 봤네요

여기서도 한국인이라면 하루 한 잔은 꼭 마셔줘야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레몬 타르트와 복숭아 타르트도 시켰다. 둘 다 맛있었음!
선물 교환식(?)을 하고 여기서도 또 폭풍 수다를 떨고.. 미친 환율과 배송비 때문에 해외주문 하기가 좀 그래서 친구네 집으로 배송을 부탁했던 최애의 소속사 이적 후 첫 솔로 앨범을 드디어 건네 받았다. 이미 곡은 마르고 닳도록 들었지만 씨디 구성도 디자인도 포카도 너무 혜자하고 예뻐서 새 소속사가 얼마나 얘를 예뻐하는지 알 수가 있었다. 이래저래 올해 한 쇼케도 페스티벌들도 다 갈 수 없는 스케쥴이라 못갔지만 언젠가 꼭 라이브로 모든 곡들을 듣고 싶어 꼭

그렇게 오래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또 좀 걷고 나서 새로운 까페로 이동을 해보기로 했음. 아키비스트를 재시도 했지만 역시나 만석이었고.. 전에 연희점인가를 간 적이 있었던 궤도의 서촌 본점을 가보기로 했다.

여기서는 산미 원두로 따.아를 시켜보았다. 커피 맛은 여전히 괜찮은 수준인데 공간은 여기보다는 연희인지 연남인지에 있는 작은 카운터 석 있는 점포가 더 좋았네. 사람들의 수다 소리가 너무 많이 울려서 좀 정신 없는 느낌..

포카를 까먹고 안 들고 왔었는데 앨범을 받아서 포카가 생겼으니 간만에 포카 예절샷을 찍어보기

지난 번에 만났을 때 친구들에게 손수건을 선물로 줬었는데 그날 우연히 또 다들 들고 나와줬지 뭐야.. 감격ㅠㅋㅋㅋ
딱 친구들 이미지에 맞는 색과 디자인으로 나눠서 모아보니 또 진짜 딱 다들 내 거 같네 하는 느낌이 든다는 얘기를 하였다. 민트색이 내 것. 지금은 민트보다 약간 차가운 느낌이 드는 보라색 계열을 더 좋아하지만 옛날엔 민트색 쳐돌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민트색 좋아하긴 함

여기서도 또 끝이 없는 폭풍 수다를 떨다가 친구 한 명이 일하러 갈 시간이 되어서 보내주러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담벼락에 귀여운 까치가 앉아있었는데 필카로 찍으니 잘 안 보인다. 폰으로 찍을 걸 흑흑..

아쉬운 마음을 안고 친구를 보내고(사실 친구가 이주 전 쯤에 도쿄 놀러와서 이달에만 두 번째 보는 거였지만..ㅠㅋㅋㅋ 그래도 자주 볼 수 없어 아쉬운걸) 남은 한 명의 친구와 함께 배 꺼트릴 겸 좀 걷고 뭔가 가볍게 저녁을 먹을까 했다. 일단은 가까운 광화문 쪽으로 걷기로.

어둑어둑해지고 아주 약간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흐린 날이었지만 산은 잘 보이고 이순신 장군 동상도 언제나처럼 우뚝 서있었다네..
이것저것 많이 바뀌고 분명 안 좋아진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광화문 근처 오면 기분이 좋다. 탁 트이고 시원하고.. 비좁고 모든 게 미니멀 하게 꽉 들어찬 일본에선 느낄 수 없는 그런 것들.

그렇게 정처없이 걷다가 한국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올리브영 들릴 수 있는 타이밍이어서 친구의 추천템들과 궁금했던 템들을 폭풍 쇼핑하고.. 캐리어를 이고지고 끌고 어쩌다가 서촌에서 걷기 시작한 게 명동까지 걸어가게 되었네.. 사실 내가 도쿄에서 늘 걸어다니는 평균적인 정도의 거리이긴 한데(ㅠㅋㅋㅋ) 그래도 계획에 없이 꽤 많이 걷긴 했다. 아직 더운 날씨였지만 그렇게 한 여름의 날씨는 아니었고 해가 져서 많이 걷기 힘든 느낌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걸으면서 밀린 수다를 떠니 멀다는 느낌은 별로 안 들었다.
그리고 사실 가볍게 먹을 만한 곳이 없어서 더 떠돈 것도 있는데 결국엔 실패할 일 없는 중식.. 딘타이펑에 갔다고 한다.

무슨 새우 어쩌고 딤섬이랑 지파이를 시킴. 적당히 배부르고 맛있었음! 여기서도 혼자 가긴 애매한 딘타이펑 이럴 때라도 가줘야지.
하루종일 여기저기 다니며 그렇게 수다를 떨었는데도 여기 앉아서까지 거의 아홉시?열시까지 또 수다를 떨었다. 칭구가 다시 돌덕질 빠지고 어언 거의 일년.. 전에 같은 돌 판 적이 있는데 이제는 파는 돌이 갈라졌지만 돌덕들이 공유하는 그 정서가 있어서 정신 없이 돌덕 수다를 떨었고ㅋㅋㅋ 그리고 아시잖아요 같돌이면 더 좋긴 하겠지만 원래 최애 안 겹치는 돌덕들의 수다가 젤 불편할 일도 없고 재미난 거..

암튼 그렇게 늦게까지 수다를 떨다가 또 너무 아쉬운 마음을 안고 친구와 헤어져서 공항으로 향했다.
다음날 오전 반차만 냈고 오후엔 일을 해야해서 아침 일찍 비행기를 잡았더니.. 도저히 서울 시내에서 새벽에 공항 넘어갈 자신이 없어서 전부터 궁금했던 인천공항의 캡슐호텔 다락 휴를 예약해뒀다.

방 사이즈는 캡슐 호텔이다보니 매우 작긴 하지만 있을 거 다 있고 무척 쾌적함! 일단 위치가 출국장까지 오분컷인 위치라서.. 너무나 마음이 편안했음.
샤워실 있는 방으로 골랐는데 내가 간 날만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늦은 시간엔 공용 샤워실 이용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어서 그냥 샤워실 없는 방으로 해도 될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다. 요금이 만원 차인가 그랬던 거 같고..
체크인 하고 사온 것들이랑 이것저것 정리하고 나니 열두시가 넘어서 빠르게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워커힐 계열이라 그런지 침대가 진짜 끝내주게 편안했다. 서울 있는 동안에 수면 시간은 제일 짧았는데 제일 꿀잠을 잤다. 자기 전에 방에 딸린 스피커로 필름클럽 오펜하이머 편을 들었음. 일본에선 아마 결국 개봉 안 하거나 하더라도 어어엄청 늦게 할 거 같아서 한국에서 보고 가고 싶었는데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아무래도 볼 만한 타이밍이 안 나와서 그냥 스킵했거든. 그냥 오티티에 올라오면 봐야겠다 싶음.

다음 날 진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출국장이 있으니 매우 느긋하게 출국 비행기 체크인 하러 갔다가.. 아마도 거의 끝자락에 체크인 한 거였는지 벌써 다음 오사카행 비행기 체크인이 시작된 후라 직원들이 뭔가 님 왜이렇게 늦게 오셨나여 하는 눈치였다. 죄송합니다..

출국 체크인 하고 마지막으로 인천 공항 돌아보는데 넘 갖고 싶었던 개구리 인형이 보여서(어째서 여기에?) 바로 사서 가방에 달았다.
넘넘 귀여워서 두 마리 데려올걸 하고 후회함(달고 다니는 거랑 집에 모셔두는 용도로..ㅠㅋㅋㅋ)
아침에 배가 마니 고파서 에스피씨에 점령당한 인천공항을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앤티앤스서 프렛츨을 사먹었는데 넘 맛있어서( ᵕ̩̩ㅅᵕ̩̩ ) 일본 와서두 계속 앤티앤스 생각을 하구 있음.. 겨울에 반드시 또 먹을 거얏

아쉬운 마음을 안고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여전히 너무 덥고 습했던 8월의 도쿄로 돌아왔다고 한다..
회사 겨울 휴가 일정 나오자마자 연말연시 비행기를 또 예약해두었으니 딱 삼개월만 더 버티고.. 겨울엔 길게 가니까 부산도 가고 다른 곳에도 또 가보고 싶다.

너무 길어졌지만 8월 한국행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