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715-0717 타이베이 기록

코로나 이후 계속 다시 가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가지 못했던 대만을 드디어 다녀왔다.
..는 여행이 아니라 새로 입덕한 돌 해외투어 참여를 위해 정말 급 결정한 거지만^^..
 
입덕하고 이주 만에 해투 가는 짓을 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그치만 이번에 콘서트 못보면 언제 기회가 있을지 알 수가 없어서
군머를 앞둔 멤버가 있고 연차가 있는 그룹에 빠진다는 것은 그런 것..
데뷔 초기부터 곡들을 너무 좋아했는데 4년 지나고 입덕할 줄은 누가 알았겠나요
여튼 입덕을 인정하고 일주일 만에 해투 가야겠다 결심을 하고보니 갈 수 있는 일정이 대만 뿐이었음
원래도 대만에 다시 가고 싶고 넘 좋아하기도 했어서 후다닥 일단 비행기랑 호텔부터 지르고
덕분에 휴가 내느라 일이 바빠가지고 일정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지만 여튼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피치 새벽 6시 비행기라 하네다에 새벽에 가야해서 어쩌나 공항에서 밤새거나 근처 호텔에서 묵어야 하나 했는데
두시간 정도 자고 새벽 4시인가 도쿄 시내에서 하네다로 가는 셔틀 있어서 그걸 탐
원래 공항에 적어도 출발 2시간 전에 도착 안 하면 불안해 죽는 인간인데 어찌저찌 1시간 반 전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덕분에 공항 사진 같은 것은 없고 거의 반 혼수 상태로 비행기와 열차에 실려 타이베이중앙역에 도착함
전날 바빠서 저녁도 대충 먹은 상태라 배고파 쓰러질 지경이라 일단 점심 먹으러 중앙역 상가에 있는 아무 가게나 들어갔다
그 와중에 양식 싫고 일식 싫고 너무 무겁지 않은 거 대만 음식점 찾는다고 그 큰 역을 미친듯이 배회함
그렇게 해서 들어간 게 저 충칭상행이라는 가게임
 

가볍게 먹으려고 했는데 잘못해서 세트 시키는 바람에 푸짐한 한 상이 나옴....ㅋㅋㅋㅠ
새우계란밥이랑 화간(유부말린 거)볶음이랑 죽순을 약간 점성있는 양념으로 볶은 거랑 어묵볼 들어간 스프
급하게 들어간 거 치고는 맛있었고 묵직하긴 했지만 배고파서 깨끗하게 해치웠다
 
 

숙소를 공연장 근처인 충효둔화역에 잡았는데 체크인이 3시부터라 두시간 정도 시간이 떠버림
어차피 숙소 근처는 다음날부터도 갈 수 있으니까 타이베이역에 캐리어 맡겨놓고 타이베이역이랑 중산역 주변을 돌아다녔다
정말 좋아하는 대만 거리 풍경.. 한국이나 일본이랑 닮은 구석도 많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어디나 초록이 우거진
정말 지독하게 덥지만 도쿄의 저주.혐오스러운 더위와는 달리 타이베이의 여름은 너무 싫어도 사랑스러운 면이 약간은 있다
 

늘 항상 들리는 광점타이베이
시간 맞으면 영화라도 볼까 했는데 볼만한 영화는 시간이 애매해서 관뒀다
밀레니엄 맘보가 한창 재개봉중이었고 일본 영화도 무언가는 늘 걸려있고..
 

중산역에서 우연히 들어가게 된 까페인데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았다
일본 킷사텐스러움과 요즘 까페스러운 힙함을 모두 갖춘 까페인데 커피도 맛있었음
한국에도 비슷한 분위기로 구현하려는 까페들 몇 봤지만 아무래도 진짜로 건물의 연식이 있는 거랑 인위적으로 연식 있는 것처럼 레트로한 인테리어 한 거랑은 차이가 있다
 

보통 처음 가는 까페에서는 핫으로 시키는데 그럴 날씨가 아니어서..^^
아이스아메리카노 시켰는데 충분히 진하고 내가 좋아하는 강배전의 쌉쌀한 맛이 강한 원두라 좋았다
그리고 메뉴에 바나나브레드 있으면 무조건 시키는 바나나브레드러버..
폭신폭신 촉촉한 타입이었는데 많이 달지 않고 아메리카노랑 먹기에 밸런스 딱 좋았다
 

일본에서 나온 사울레이터 화보집 있어서 구경하면서 시간 보냄
엄청나게 더울 때 적당히 시원한 실내에 앉아 눈이 소복한 이미지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다음에 타이베이에 오면 또 다시 오리라 생각하며 까페를 뒤로하고 미친 더위 속으로
숙소 체크인 할 수 있는 시간이 가까워져서 충효둔화역으로 향했다
 

전철에서 만나는 내가 익숙하게 아는 얼굴 배우들
장광진 뉴발모델 잘 어울리네
 

처음 존재를 알았을 때는 이렇게까지 스타가 될 줄은 몰랐는데ㅠㅋㅋㅋㅋㅋ
요즘 한국과 대만의 가교 역할이 된듯한 광한쓰
갑자기 입대했단 소식 들었는데 잘 다녀오세요
 

처음 좋아하게 되었을 땐 이렇게까지 한국에서도 알려질 줄은 몰랐는데222
많이 사랑하는 가연언니..
언니 마니 조아해요 재밌는 작품 좀 뭐든 다시 찍어주세요..
 
 
숙소 도착해서는 더위에 녹초가 되어 있어서 사진 찍을 정신도 없었고
짐 내려놓고 샤워 한 번 하고 다시 바깥으로 출동
멀리 갈 기력은 없고 충효둔화역도 오래된 가게 세련되고 좋은 가게 줄줄히 있는 인기 스팟이라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한자 간판 가득 오토바이 가득한 이 풍경이 좋아
대만 오토바이들은 그래도 나름.. 교통질서 잘 지키는 편이긴 한데
예전에 대만인 친구가 오토바이 절대 안 타는 게 좋다고 자기 아는 사람 중에도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사람 있다고 그래서
아무리 오토바이가 주 교통수단 중 하나인 동네라도 인식은 그렇군..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오후 해질녘의 반짝이는 햇빛이 예쁘다
물론 보기에만 예쁘고 뜨거움과 습도에 잘 익은 인간찜으로 만들어줌
 

예쁘고 인간찜().. 양산이 없으면 위험해
물론 도쿄에서도 늘 양산 필수로 다니기 때문에 내내 양산과 핸디팬으로 무장하고 다님
그래도 그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더위지만..(안 쓰러졌다 다행히)
 

한국인가요? 명랑핫도그
 

절묘한 네이밍 센스의 한식집ㅠㅋㅋㅋㅋㅋㅋㅋㅋ(한자 표기 주목)
점심도 저녁도 아닌 미묘한 시간대인데도 내부에 사람 많아보였음
 

도라에몽... 너 괜찮은 거니
뭔가 희안하게 굉장히 쓸쓸해지는 풍경
다음날에도 다시 와봤는데 수거해갔는지 사라지고 없었다
 

원래도 땀인간이지만 너무 더운데 밖에 많이 걸어다녀서 당떨어지고 몸 늘어지고 난리나서 일단 가까운 스벅에 피신
단 음료 어지간하면 안 마시는데 살려고 시럽듬뿍 호지챠 아이스 라떼랑 타로이모 무스케잌?을 시켜서 당분 보충했다..
호지챠 라떼 일본에서 마시는 것보다 맛있었던 거 같구 케잌은 그냥 그랬지만 당은 확실하게 채워줌
 
 
 
당 채우고 나선 숙소 근처에서 빙빙 돌다가 다음날 공연 볼 거 생각해서 적당히 어두워진 시간에 숙소에 복귀했다.
 

당 채운다고 먹은 것들 때문에 배가 꽤 차있어서 저녁을 잘 먹긴 좀 그래서 그냥 편의점에서 먹을 거 사옴
버섯이랑 계란 치즈 핫샌드랑 누텔라 초코바 먹었다
핫샌드는 그냥 편의점의 맛.. 
 

숙소 라운지.. 분위기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냥 뒹굴거리면서 쉬기 너무 좋았다
이번에 처음으로 묵어본 호스텔인데 여기 정말정말 좋았음 10점 만점에 10점이야
가격도 괜찮았는데 어지간한 호텔보다도 시설 자체도 괜찮고 위생 상태도 좋고 스탭들도 친절하고 분위기도 좋고 위치도 굿이었음
다음에 타이베이 와도 또 여기 묵어야지 라고 생각할 정도! 
침실 사진은 없지만 여성전용 6베드 객실이었는데 너~~무 쾌적하고 좋았음.. 하루종일 누워있고 싶었어
 

세탁실에서 바라본 야간 거리 풍경
여행 와서 하루 종일 돌아다닌 후에 밤에 숙소에서 싹 씻고 바깥 내려다보고 있으면 행복감을 느낀다
편안함+안정감과 함께 낯선 풍경 속에 있는 그 감각이 좋아
 
첫째날은 이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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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아침 조식 먹으러 라운지에 내려왔다
원래 평소에도 아침 식사는 먹지도 않을 뿐더러 여행 중 호텔에선 아침에 무조건 잠을 택하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여기 호스텔 조식은 먹어보고 싶어서 일찍 몸을 일으켜 먹으러 내려와봤고 정답이었음! 
소박한 음식들인데 다 맛있게 조리 잘 되어있어서 넘 잘먹었다.. 대만 빵 맛없다고들 빵도 맛있었고 패션후르츠도 맛있었어 흑흑
내일도 먹으러 내려와야겠다고 다짐함
 

조식 먹고 나선 저녁에 공연 봐야해서 에너지 온존할 겸 최대한 이동을 삼가고 숙소에서 가까운 까페에만 잠시 다녀왔다
충효둔화역에 분위기 좋고 평가도 좋은 까페 많은데 일단 숙소에서 제일 가까우면서 괜찮은 곳으로 전날 픽해둠
 

사진으로만 봐도 느껴지는 미칠듯한 열기의 더위ㅠㅋㅋㅋㅋㅋ
5분이 뭐지 1분만 걸어도 땀으로 샤워 가능함
양산을 쓰고 최대한 그늘 쪽으로 조심조심 걷습니다
 

갑자기 마주쳐버린 도겸씨
 

화시 CTS방송국이 이동네에 있더라
걍 반가워서 찍어봄
 
 
 
아무튼 걸어서 8분 정도 거리에 있는 Coffee Law라는 이름의 까페에 도착했다
인기 있는 가게라 안에도 사람 많고 평일이라 그런지 근처 직장인들도 커피 사러 많이 오고 배달원들도 엄청 왔다갔다 함
덕분에 직원 수가 적지는 않았는데도 주문한 거 꽤 늦게 나옴 또르르..
 

티라미스 맛있다고 하던데 별로 안 땡겨서 레몬 올라간 쿠키 주문함
그리고 오늘도 한국인의 소울 음료 아아메 주문
 

딱히 퀴어 친화적인 가게 같은 걸 표방하지 않아도 카운터에 자연스레 퀴어 플래그가 놓여있는 게 역시 대만이다
이런 거 보면 기분이 좋아지그등요
 

한 십오분?이십분 기다려서 겨우 주문한 거 받았다
아메리카노는 어제 갔던 흑로의 커피가 더 내 취향이었지만 여기도 괜찮았음 좀 더 산미 있는 요즘 유행하는 커피
레몬 쿠키도 위에 레몬 설탕 절임과 아이싱과 함께 쿠키 자체도 레몬향 향긋해서 맛있었음
 
그리고 이게 이날의 밤에 공연 끝나기 전까지의 마지막 식사가 되었다.........
 
 
 

공연장 도착해서 티켓을 입장 목걸이로 바꾸고 줄 서서 입장 대기..
네 이제서야 쓰지만 제가 이번에 빠진 그룹은 온리원오브입니다.. 너무 뜸들여버렸네ㅎ.ㅎ
VVIP+표를 사서 팬챗(사인회)+하이터치+그룹포토 촬영 있어서 일찍 와서 계속 기다렸다
미친 공연장 실내 대기할 곳도 없어서 그냥 실외 그 더운 환경에서 한시간?두시간 정도 방치당함 흑흑
끝나고 스냅샷도 정말 찍고 싶었는데 공연 일주일 전이라 당연히 다 팔리고 없고 양도도 없고 그냥 미련을 갖지 않고 포기했다
 

입장용 목걸이 사진이 예쁘다
주최사는 파브라고 미국인가 네덜란드인가 어딘가에 본사가 있는 회사인데 이 개같은것들^^..
백인들이 케이팝으로 돈 벌어 먹는 게 정말 싫어요
내 할 말이 많지만 여기에는 적지 않겠음
 

대만팬들 친절함
해투 같은 거 처음 오고 뭐가 뭔지 몰라서 긴장한 채 벽돌처럼 굳어서 서있는 사람한테도 말 걸어주고 이것저것 나눠줬다
SNS도 교환하고 아무튼 몇명이랑은 조금 친해져서 지금도 계속 연락하구 있음..
덕분에 콘서트 내내 외롭게 묵언수행 안 하고 버틸 수 있었네
 

콘서트는 당연히 보러 오길 넘넘 잘했고 작은 공연장이라 무대랑 엄청 가까워서 어디서든 넘 잘보여서 좋았다!
입덕한지는 얼마 안 되지만 노래는 정말 초기부터 오래 계속 들어왔어서 익숙했는데 무대로 보니까 더 좋았다
셋리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 없긴 했지만^_ㅠ(디자이너) 그래도 완벽했음
아시아 투어 저 먼 남반구인 호주를 빼놓고는 북반구에서는 마지막 스탑이라 마지막에 감동 이벤트도 있었구
아직 너무 팬력 짧지만 미래가 어떻든 될 수 있는 한 많이 좋아해야겠다구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존재는 그렇게 오래 알았으면서 왜 지금 와서 입덕했을까
남겨진 시간이 많이 없는 거 같다는 느낌도 들어서 정말 직전에 무리하게 휴가 빼구 스케쥴 조정해서 온 건데
최애에게 내가 늦은 게 아닐까 라고 했을 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제일 빠르다고 해준 거
그 말을 믿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마음 한 구석을 내주어야겠다고 새싹 같은 애정에 물을 많이 주어야겠다고 그렇게 생각..
 
 
그리팅 이벤트 기억들은 팬챗 때 그 짧은 기간 동안 보낸 버블에서 딱 최애랑 차애가 스치듯 봤을 내 이름 알아봐 준 거 1차 감동
팬챗 끝나고 하이터치 하러 도는데 최애가 갑자기 힘차게 이름 부르며 반겨준 거에 2차 감동
다들 너무 경험으로 다져진 팬썹 장인이라 이런 팬싸 같은 거 자체가 거의 처음인 내가 어버법 되어도 티키타카 잘해줘서 대만족이었다
내가 헛소리 많이 했을텐데 다들 친절하고 재미있고 무슨 말을 해도 정말 잘 받아쳐줘서 고마웠어요
 
 
사실 콘서트 운영 관련해서는 기획사랑 트러블도 있었고 해서 안 좋은 기억도 있긴 하지만
대만 현지인 스탭들은 다들 친절하게 잘 처리해주어서 불만 상쇄됨
하지만 제발 파브랑은 절대로.네버.다시 일 안 했으면 좋겠어욤 하핳^^
 

콘서트 끝나구 헛헛한 마음으로 걸어가는데 101전망대가 반짝이구 있었다 이렇게 가까웠구나
사실 이런 류의 도시 랜드마크 도는 데 관심이 없어서 올라가본 적은 없지만
이런 높은 타워들은 멀리서 볼 때가 더 예쁜 거 같다구 늘 생각함
 
그렇게 숙소 돌아와서도 한참동안 콘서트의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늦은 밤 사람도 별로 없는 라운지에서 멍하니 시간 보내고
(결국 이날도 저녁 제대로 먹을 시간 없어서 편의점 핫샌드로 떼움.. 또르르)
침대에 누워서도 한참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행복감도 크고 뭔가 아쉬움도 있고 여러가지 감정의 소용돌이
그치만 무리해서라도 오길 잘했다는 마음 만큼은 확실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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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날 콘서트 여운 때문에 꽤나 늦게 잠들었는데도 생각보다 아침에 기분 좋게 잘 일어났음..
수면의 질이나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피곤함은 수면 시간 그 자체도 중요하긴 하지만 
그 전날 얼마나 기분 좋게 보냈느냐에도 크게 달려있는 거 같다
 

다음날 조식 먹으러 또 일찍 일어나서 내려왔다
넘넘 맛있었어용..
 
밥 먹고 체크아웃 해서 공항 가기 편하게 타이베이 중앙역으로 다시 이동했다
캐리어 떨궈놓고 내가 타이베이에서 제일 사랑하는 장소로 출바알
 

날씨가 화창했던 건 좋은데.. 이날도 인간찜이 되어버렸다
이박삼일 중에 제일 더웠던 거 같구
사진으로 보니 초록과 하늘이 넘 예쁘긴 하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여름 안에서 사진으로도 그때의 더위가 전해지는 거 같아 약간의 고통스러움도 느껴짐.. 흑흑
 
역에서부터 좀 거리가 있어서 그렇게 땡볕에 걷고 또 걸어 아무튼 도차악
 

두둥
타이베이 시립 미술관!
이 공간 하나 때문에 타이베이에 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너무너무 사랑하는 공간
역에서 너무 멀어서 여름에 가려면 진짜 너무 힘들지만 그마저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을 가득채워주는 공간
살면서 가본 미술관 중에 시설이 일등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더라도 그냥 공간 자체가 행복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거 신기하다
 

30NTD 짜리 제너럴 어드미션 요 티켓 하나만 사도 미술관 내 모든 전시를 다 볼 수 있습니당 개이득
이번 봄-여름 시즌 메인 전시는 윌리엄 켄트리지전
이름과 약간의 작품 세계 개요만 알고 제대로 작품을 들여다본 적은 없었던 작가라서 기대를 품고 입장..
 

..하기 전에 제일 좋아하는 장소인 로비도 이번에도 잘 담아두고
층고도 높고 아득히 넓은 이 로비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는 시간
집에서 사진을 보며 그때의 기분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우울할 때 떠올리고 싶은 어떤 순간들 중 하나
 

윌리엄 켄트리지 전시에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잔혹함을 고발하며 기득권 백인의 지위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자기모순을 파고든 작가
목탄화가 제일 유명하지만 다른 다양한 형식의 작품들도 모두 좋았다
한 작가의 규모 큰 전시 볼 때마다 늘 생각하지만 거장은 한 가지만 잘 하지 않는다... 뭘 하든 다 잘한다...
 

이번에 메인전시 말고 열려 있는 전시가 적어서 좀 아쉬웠다 꼭대기 층 전시실은 아예 닫혀있었구..
그나마 제일 큰 전시는 허우인(許雨仁)이라는 작가의 전시였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 중에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
 

너무너무 보러오고 싶었지만 끝내 오지 못했던 에드워드 양 전시의 흔적만이 도서실에 남아있었다...
언젠가 앵콜전시 같은 거 해주지 않으려나
제발요...
 

지하 전시실 작품들도 내 취향은 아니었어서 대충 둘러보고 미술관 안을 쭉 산책했음
초등학생들 대상으로 활동 같은 거 하고 있어서 아이들도 많고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기분이 많이 리프레쉬 된다
떠나기 전에 다시 한 번 로비를 360도 돌아보며 다음에 다시 올 날을 그려보았다
 

양산.. 양산이 없으면 바깥을 걸을 수 없다
구워지는 거 아니고 삶아지는 거 맞음
몸이 증발하면서 걸어가고 있음 걸어간다기보단 흘러가는 감각
 

그림 같은 하늘과 구름과 초록
원산역 앞의 이 광장 좋아하는데 어쩐지 끔찍하게 더울 때나 시간이 너무 없을 때만 오게 되어서 느긋하게 있을 수가 없음
 

참새가 그늘에서 쫑쫑거리며 쉬고 있었다
너도 많이 덥지..
 
 

근처 돌아볼까 하다가 그래도 공항 가기 편하게 타이베이중앙역에서 멀어지지 않아야겠다 싶어 다시 중산역으로
여기 올 때마다 자주 지나갔던 골목에 코로나 전에 있던 가게들이 꽤 사라져서 슬펐다
다음에 또 왔을 때도 또 이것저것 많이 바뀌어있으려나 한국도 일본도 상황은 마찬가지지만..
 

또 당 떨어지고 땀도 많이 흘려서 몸에 힘 풀리는 게 느껴져서 광점타이베이에 있는 양모와 꽃이라는 까페에 들렀다
코로나 전 여행할 때 정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와서 키쉬 브런치 플레이트 먹었는데 꽤 든든하고 맛있었던 기억.. 
또 브런치 플레이트로 시킬까 했다가 티라미스가 인기 있대서 티라미스 시켰는데 맛있었음
커피는 그저 그럼ㅎ.ㅎ
 
 

펑리수 사러 오쿠라 호텔의 더나인 베이커리에 들렸다
정말 엄청 비싼데ㅎㅎㅎ 환전해 온 돈이 약간 남기도 했고 해서 사치를 부려봄 이때가 아니면 언제 먹어볼까 하고
바보같이 사진을 안 찍어뒀는데 정말 살면서 먹어본 펑리수 중에 제일 맛있었다
사실 펑리수 파인애플 새콤한 맛이 많이 나는 타입을 더 좋아하긴 하는데
여기 펑리수는 버터향 정말 가득하면서도 새콤함도 기분 좋을 정도로 딱 느껴지는 밸런스라 내 취향 파괴할 정도로 맛있었다
공항에서 그 유명한 써니힐도 샀는데 써니힐보다 이쪽이 더 맛있었어
 
 

걷고 또 걷다가 공항 가기전에 저녁 먹어야지 싶어서 백화점인지 복합상가인지 지하로 갔다
로컬 가게를 찾아다니기엔 너무 덥고 힘들어서 그냥 빨리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아감
국물 없는 우육면 시켰는데 평범하게 맛있었다
출국 전 마지막 식사는 역시 그 나라 음식을 먹어야 함
 

같은 플로어에 있던 또우화 가게에서 또우화도 먹었는데 맛없었다 흑흑
이정도 레벨은 이제 일본에서도 먹을 수 있어서..
일본에도 대만 사람들 많다보니까 어떤 가게들은 진짜 현지의 맛과 다름 없는 맛을 구현함
그리고 코로나 전 마지막으로 왔을 때 갔던 대만 친구가 데려가준 찐 로컬 또우화 맛집의 또우화를 먹어봐서 이걸론 만족이 안돼
 

공항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첫날에 왔던 흑로 까페에 다시 가보고 싶어서 왔는데 닫혀있었다
그리고 가야할 시간이 다 되어서 서둘러서 캐리어 픽해서 전철타고 타오위안 공항으로 이동함
첫날에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캐리어 넣어둔 곳 못찾고 엄청 헤맸었는데
마지막 날은 헤매지 않고 한 번에 찾아가서 오 나도 길치 탈출?! 이라고 생각..
하자마자 공항철도 타러가는 길을 엄청 헤맸어 바보 아냐?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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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사진 없는 에필로그 같은 기록~
 
귀국 직전에도 서프라이즈 같은 일이 있었는데ㅎ.ㅎ
공항에서 지쳐가지고 반 정신 나간채로 빨리 출국 수속하고 면세점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다가
비행기 탈 시간 얼마 안 남아서 마실 거 사러 비행기 탑승 게이트에서 가까운 까페에 갔는데
딱 멤버 한 명이 주문 카운터 앞에 앉아있어가지고 깜짝 놀람.........
내가 잘못본 건가 싶어서 다시 쳐다보니 가방에 딱 그 멤이 달고 다니는 인형들이 달려있었음ㅠ
애들 호주 가려고 출국하는 시간이랑 딱 겹쳐버렸던 것이다
심지어 찾아보니까 홍콩 경유해서 가는 건데 나랑 출국 시간 십분 차이? 비행기 게이트도 바로 옆인가 그랬음.....
이런 자만추가 가능하구나 여기에 뼈를 묻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여튼.. 놀라가지고 나도 음료 사러 왔는데 까페에 못들어가고 굳어서 멀리서 쳐다보다가 멤버랑 눈 마주침
어색하게 서로 고개 인사하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렇게 서있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이번엔 저쪽에서 또 다른 멤버가 그 멤을 찾으러 걸어오고 있었음
또 어ㅓㅇ?하면서 쳐다보다가 눈 마주쳐서 어색하게 또 고개만 끄덕 인사를 함
반쯤 정신 빠진 상태로 핸드폰 쳐다보다가 또 고개 들었는데 이번에 또 다른 두 멤버가 걸어옴
또 눈이 마주치고 또 어색하게 고개만 끄덕여 인사함.... 
멍하니 서있다보니 넷이 합류하더니 자기들 타는 비행기 게이트 쪽으로 걸어가길래
그냥 뒷모습 계속 쳐다만 보다가 다들 저 멀리 사라지고나서야 나도 내 탑승 게이트로 갔다
절대로 너희를 쫓아가거나 같비 타거나 하려고 여기 있는 게 아니다..하고
오해 받지 않기 위해 진짜 절대로 가까이 가지 않음 소리도 내지 않고 목례 인사만 함...
슬픈 점은 최애(와 첫째)만 못만남...............
그런 게 인생이겠죠
 
여튼 밤 열두시 몇분에 하네다에 떨어지는 비행기라서 
결국 집에 도착해서 정리하고 하니 새벽 세시인가 네시정도였다고 합니다
다음날 일하면서 진짜 이 미친 사람아 하고 스스로의 쓸데 없는 행동력을 욕했지만
다녀온 것에 한 점 후회는 없었고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런 얘기입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얼른 또 다시 가고 싶구나 대만
기왕이면 내년에 또 해투 해줘서 콘서트도 보고 여행도 하고 그러고 싶네
그때는 좀 계획도 세우고 해서... 길게 다녀오고 싶다는 그런 생각...
 
그리고 제발 한여름 시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