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찍었던 필름 사진들+일기

어차피 트위터나 인스타에 언젠간 모아서 올리겠지만 블로그에 짧게나마 설명 붙여 올려본다. 대부분 얼마 전 니시오기쿠보에 혼자 산책 나갔을 때의 사진들.

아직 핀트 맞추기가 어려워서 핀트 나간 사진들이 많지만.. 오카시야 Karhu라는 구움과자 파는 가게인데 니시오기쿠보 처음 와본 것도 아니지만 이런 가게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곰 모양 로고가 귀엽고 레몬 케이크나 차이 휘낭시에가 인기 상품이라고 한다. 로고가 찍혀있는 자그마한 에코백 재질 포장에 담긴 쿠키 어소트를 샀는데 이건 맛은 평범했다. 차이 휘낭시에가 맛있더라.

좋아하는 가게들.

노마드 책방은 여행과 관련된 각종 책들을 파는 자그마한 개인 서점인데 한국 관련 서적들도 다양하다. 여행 서적이라고 하면 여행 에세이나 관광 서적만 떠올리기 쉬운데, 좀 더 세부 카테고리의 특정 지역에 대한 르포라던가 개인 출판의 미니프레스 등도 가득 전시되어있다. 매번 갈 때마다 늘 그냥 서서 읽기만 하고 사는 건 웹으로 사서 좀 죄송스런.. 物豆奇(모노즈키)랑 JUHA는 둘 다 킷사인데, 모노즈키는 1975년도 개업이라 연식도 그렇고 내부 인테리어나 메뉴도 그렇고 완전히 준킷사고 JUHA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힙스터 킷사다.
JUHA는 재즈나 유럽 영화 음악을 큰 볼륨으로 왕왕 틀어서 좋아하는 곳. 트친분께 소개 받은 이후로 종종 혼자 틀어박혀 책 읽거나 일기를 쓰거나 하고 있다. 느와르라고 강배전 콩을 일반 블렌드의 두 배 양을 사용한 메뉴가 강배전 쓴커피 러버인 내게 딱 맞는 메뉴였다.

이날은 지인분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영화를 보러 이케부쿠로에 가야했어서 니시오기쿠보-이케부쿠로-신주쿠라는 이상한 루트를 타고 엄청 걸어다녔다.(그래도 어째서인지 만오천보 정도 밖에 안 나왔지만.. 킷사에서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가)

이케부쿠로의 Coffee Valley는 타베로그 카페부문 백명점2021에 들기도 했고 이케부쿠로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인기 카페인데 난 여기 커피가 너무 안 맞더라. 요즘 카페가 그렇듯 산미 커피 메인인데 그 중에서도 영 내 입맛에 안 맞는 쪽의 산미.. 뭐라 할 수 없는 텁텁한 끝맛이 남는 느낌. 나는 라떼는 어느 가게든 무난하게 마시는 편인데 여기 건 맛 없었어. 두 번 갔는데 두 번 다 실패해서 이젠 안 가거나 다음에 가더라도 커피 아닌 메뉴를 시켜야 겠다는 다짐을 해봄..

시네마 로사에서 〈신이 있는 곳〉감상. 지인 덕분에 초대권으로 관계자석에서 봤다.

부국제에서는 나의 정체성 이란 제목으로 상영된 모양인데 영화 내용을 생각하면 뭐 왜 그런 제목을 붙인진 알겠는데 원제 쪽이 더 와닿는 느낌이다. 주인공인 레이가 방황하게 되는 일본과 대만 사이의 국적 정체성, 성적 지향, 있을 곳을 찾는 위치적인 정체성.. 뭐 그런 것들의 통합적인 정체성 찾기가 담긴 이야기이고 상대와 말이 통하는 언어를 습득함으로써 진정으로 감정 전달이 가능해진다는 그런.

전체적으로 현실적인 문제와 현실적이지 않은 전개가 섞여있어서 주인공들의 행동을 이해하며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어렵고 예상외로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 있어서 불편함도 있었지만 이야기 자체는 재밌었다.

레이는 아오이와의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성장과 깨달음이 있었다지만 아오이의 앞으로의 인생은 어쩌나? 약점을 찔리고 약해진 상태였다지만 남자 때문에 위험에 쳐해놓고도 또 냅다 다른 남자에게 내달리는 아오이의 행동이 매우.. 이런 여자를 실제 주변에서 본 적 없는 것도 아니기에.. 제발 남자 아닌 다른 도피처나 해결점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대만 요리가 참 먹고 싶어지고, 대만에 가고 싶어지기도 하는 그런 영화기도 했다. 대만 로케는 1도 없고 다 일본에서 찍은 거지만.. 묘하게 대만 향수를 자극해..

아무튼 그러고 신주쿠로 돌아가서 또 언제나처럼 걸어걸어 귀가했던 그런 토요일.